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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1 20:01

아메리칸 버티고 REVIEW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아메리칸 버티고'를 1달여에 걸쳐 읽다. 476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두꺼운데다가, 프랑스 지식인 특유의 현란한 수사(특히 이런 식. "내가 ~하는 건 ~ 때문이 아니다. ~ 때문도 아니다. ~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난 ~하기 때문에 한다" 이렇게 한 페이지를 넘어가기 때문에 글을 읽다보면 대체 무엇을 강조하고 싶은건지 잊어버리곤 한다) 때문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미국인이라면 분명 이런 식의 문장을 사용하진 않는다. 미국 지식인의 테크닉은 대개 한 문장 안에서 끝난다.

그러나 유명 프랑스 철학자가 미국의 시사지 '월간 애틀랜틱'의 의뢰를 받아 1년간에 걸쳐 미국을 횡단하며 쓴 이 책은 미국의 오늘날을 보는데 유용한 관점을 제공한다.

레비는 '미국의 민주주의'의 저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자취를 따라 뉴포트에서 시작, 보스톤, 시카고, 시애틀, 라스베이거스, 뉴올리언스, 마이애미, 워싱턴 DC를 거친다. 선거유세중이던 캐리, 바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우디 앨런, 샤론 스톤, 워렌 비티, 라스베이거스의 창녀, 아랍계 미국인, 멕시코계 국경순찰대원 등을 만난다.

9.11 이후의 미국은 하나의 이념 국가처럼 보인다. 정치지도자부터 캘리포니아의 창녀까지, 자신이 얼마나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지 강조한다. 물론 이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은 서로 다르다. 때로 미국은 비에 젖은 시애틀처럼 아름답지만, 일찍이 빔 벤더스가 '파리, 텍사스'에서 그린 것처럼 기묘하고 음산하다. 모든걸 기념물로 만들지 못해 안달하고, '훌륭한 미국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아둥바둥이다. 기독교 근본주의를 근본으로 삼고 이성을 반쯤 마비시키고 고립주의(제퍼슨주의)에서 벗어나 미국의 경이로운 미덕중 일부를 전세계와 공유하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하는 신보수주의의 최신 버전(좁은 의미의 윌슨주의)이 현재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오늘의 미국은 반미, 친미의 이분법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의 숨은 이면, 가난과 인종차별을 드러냈다는 분석은 이미 존재했지만 여전히 설득력있다. 3억 인구중 3700만이 사회에서 배제된 부랑자들이라는 점은 미국 사회의 불안 요인이다. 지워지지 않는 얼룩같은 3700만의 부랑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책에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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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ctvoice 2007/02/11 23:49 # 답글

    911 이후의 미국을 직접 보고 싶어요. 패트리어트법 통과 이후 미국 지식 사회 내부에서 치사할 정도의 검열(자기검열 포함)과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 썩 유쾌하진 않겠지만요..

  • myungworry 2007/02/12 09:39 # 답글

    난 뭐 직접 보고 싶지는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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