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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로그 마이가든



2008/06/22 00:14

운명의 야구팀 ESSAY

오전에 보스턴 레드삭스가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에게 5대4로 지는 걸 지켜보면서, 저녁 때 두산 베어스가 KIA 타이거스에게 7대4로 이기는걸 지켜보면서, 난 언제, 왜 이 야구팀들을 응원하기로 한 것일까 생각해봤다.

내가 메이저리그를 본 건 여느 한국 남자들과 비슷한 계기, 즉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사실은 메이저리그의 한국 시장 진출)과 함께였을 거다. 난 박찬호를 응원하긴 했지만 그의 경기를 그리 열심히 본 것은 아니었고, 종종 ESPN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다른 팀의 문자중계를 보곤 했다. 어느 순간 난 보스턴 레드삭스를 응원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난 지금 데이비드 오티스와 매니 라미레스, 조너선 파펠본과 조쉬 베켓을 좋아하지만, 그 때는 그런 선수들을 몰랐을텐데. 양키스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우연히 주워들은 밤비노의 저주에 대한 안타까움? 아름다운 펜웨이 파크의 정경?

모르겠다. 두산 베어스도 마찬가지다. 난 82년 원년부터 베어스를 응원했는데(그래서 난 OB베어스란 이름이 아직도 더 정겹다), 대구에 이사가서도 여전히 베어스를 응원했다. 물론 그곳에는 모조리 삼성 라이온스 팬이었다. 난 (비겁하게도) 야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척 했다. 실제로 학창시절엔 야구를 볼 시간이 많지 않기도 했고, 원년 우승 후 10년 이상 베어스는 야구를 지지리도 못했다. 베어스 팬이 되는 건 패배에 익숙해지는 것, 이라고 난 지금도 생각한다. 내 '이지고잉'하는 성격 일부분은 베어스 팬이기에 형성된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면 조금 과장일까. 암튼 베어스는 95년 두번째 우승을 하기까지 줄곧 하위권 팀이었다. 그런 팀을 좋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난 그리 오래 베어스에 충성을 바쳐왔다.

난 심정수, 정수근, 진필중을 좋아했고, 지금 이 선수들은 이적했거나 은퇴 기로에 놓여있다. 그러나 좋아하는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고 내가 삼성, 롯데를 응원하지는 않는다. 아마 김동주도 올해가 끝나면 다른 팀으로 갈지 모르지만, 난 계속 베어스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레드삭스의 경우도 마찬가지. 매니와 빅 파피가 다른 팀으로 가면 서글프겠지만, 레드삭스 팬들은 이미 자니 데이먼을 양키스에 빼앗긴 적이 있다. 그래도 양키스를 응원하는 일은 절대 없다.

그래서 난 왜 레드삭스, 베어스를 응원하고 있는가. 86년간 저주에 걸려 월드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어이없이 주저앉았고, 10년 이상 같은 서울 팀에도 밀리며 하위권을 전전한, 그 마스코트처럼 우둔한 팀을. 모르겠다. 내가 왜 이 팀을 선택하고 응원하고 있는지. 내 어떤 기질과 이 팀의 어떤 성격이 맞아떨어졌을지도, 붉은 양말과 반달곰 무늬가 나의 어떤 성정을 자극하는지도. 이 때쯤 가장 말하기 쉽고 강력한 이유를 댈 수밖에 없다. 어떤 야구팀을 좋아하는 건 운명이라고. 태어나기 전부터 그 팀을 좋아하도록 정해져 있던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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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고등어 2008/06/28 11:49 # 답글

    그래도 베이스 정도의 성적을 가진 팀을 좋아하는건 축복이에요. 왜냐면....전 자이언츠 팬이거든요.
  • myungworry 2008/06/28 15:55 #

    올해 잘하잖아요. 가을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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