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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4 00:38

현실속의 슈퍼히어로-왓치맨 REVIEW

앨런 무어가 쓰고, 데이브 기븐스가 그린 1986년 미국 만화(그럴듯하게 그래픽 노블이라고도 부른다). 타임 매거진이 2005년 뽑은 100대 영어 소설에도 들어갔다고 한다.

슈퍼히어로가 고담시같은 가상의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물론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은 고담시를 벗어나 홍콩에까지 출몰하지만), 현실 세계에 함께 살고 있다면 어떨까. '왓치맨'은 이런 사고 실험에 근거한다.

'왓치맨'의 배경은 1985년. 슈퍼히어로 닥터 맨해튼과 코스튬 히어로 코미디언의 활약으로 세계사의 물줄기는 바뀌었다. 베트남전에선 미국이 승리했고, 소련과는 냉전이 진행중이다. 닉슨은 여전히 미국의 대통령이다. 핵 경쟁은 세계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갔다. 히어로들은 물론 정치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코미디언은 우익을 자처하지만(베트남전에서 베트콩을 소탕하는데 앞장섰다), 사실 정치 권력을 따라 자신의 힘을 제공하는 기회주의자 혹은 용병에 가깝다. 닥터 맨해튼은 좌도 우도 아닌데, 이는 그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알고 있는 신에 가깝기 때문이다. 악을 쓸어버리겠다는 로어세크의 신념은 종교적 열광에 가까운데, 그래서 때로 위태위태하다

일종의 '슈퍼히어로' 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욋차맨'에 전통적 의미에서의 슈퍼히어로는 닥터 맨해튼 단 한 명밖에 없다. 주요 캐릭터인 나이트 아울, 로어세크, 실크 스펙터, 오지맨디아스, 코미디언 등은 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어둠의 거리를 헤매는 '자경단원'에 가깝다. 이들은 남들보다 조금 더 열심히 운동을 하고, 더 많은 정의감을 갖고 있으며, (경찰이나 검사같이) 법의 권위를 갖지 못하기에 마스크를 쓰고 활동할 뿐이다. 그나마 경찰들이 불만으로 인해 1977년 관련 법규가 제정되고, 이들 코스튬 히어로들은 강제로 은퇴당한다. 

여러 개의 이야기가 겹쳐 진행되고 한 그림에 정보량이 많기 때문에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각 캐릭터의 이야기와 소설 속 소설인 '검은 수송선 이야기', 챕터가 끝날 때마다 기사, 사업 제안서, 자서전 등의 가상 정보가 나온다. 난 잇달아 두 번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됐는데, 물론 두번째 읽었을 때 더 흥미로웠고 시간이 아깝지도 않았다.   

이미 알려진대로 제본 상태는 엉망이다. 어디 들고 다닌 것도 아니고 집에서만 딱 두 번 읽었는데, 마지막 장이 뜯겨져 나오려고 한다. 일러스트레이션 전공자에게 번역을 시켰던데, 출판사의 실책같다. 아무리 양보해도 한국어로 보기엔 어색한 문장들이 줄을 잇는다. 그냥 대중 문화에 관심이 많은 영문학 전공자에게 맡기는게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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